한암스님과의 인연2

조용명/ 그해 삼동을 지내고 이듬해 사월 초파일이 돌아왔다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니 거기에서 더이상 시봉을 들 생각이 나지 않는거야.
내가 이만큼 도를 닦았으니 금강산에 가서 도인을 마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
스님이 처음에는 못 가게 하더니 그대로 잡아두면 네가 미치고 말겠다고 여기시고
그러면 밖으로 나가서 미친 병을 고치고 오라고 하셨지.
그래서 금강산을 향해 떠나 처음으로 신계사에 갔어. 거기서 석두스님을 만나 법담도 하고 그랬지.
그때 이효봉이 막 중이 되어 미륵암에 들어와 있었는데 석두스님이 내가 한암스님 제자라고 하니까
이효봉에게 중물 좀 들이게 하라고 부탁을 하는 거야. 이백우, 나, 이효봉, 또 한 수좌하고 여름을 지냈어.
이효봉은 공부를 잘 해 가지고 바로 그 여름에 견성했다고 했어.
해제 법문할 때 임석두스님이 허락을 했어. 그리고 나서 석두스님의 사제인 백운스님이 있는 마하연에 갔어.
그 스님을 따라 금강산을 구경했어. 그러고 있다가 바로 서울 대각사로 갔지.

박희승/ 스님께서는 신계사에서 효봉스님하고 같이 수행을 하셨는데요.
그때 효봉스님이 판사출신이라는 이얘기를 들으셨나요?

용명스님/ 그런 소리를 직접 들었어. 자기가 조도전(早稻田)대학을 졸업했고
자기 동기생이 평양에 세 명이 있었는데 자기는 나왔다고 하더군.
판사로 있으면서 어떤 이에게 사형을 언도하게 되었는데 사람의 생각으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나 오랫동안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
거기서 갈등을 하다가 뛰쳐나와서 엿장수가 되어서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금강산에 가서 임석두스님을 만나게 된거지.
그래서 머리를 깍아 중이 된거야.(* 이부분은 효봉스님이 실제 일제시대 판사를 지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설과 대비되어 흥미롭다. 효봉스님이 판사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임혜봉,[종정열전],[효봉학눌],(가람기획,1999)에서 살필수 있다.)

박희승/ 스님께서 오대산에 계실 때 이종욱스님에 대한 대중들의 평이 어땠습니까?

용명스님/ 그때 월정사에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평을 할 사람도 없었고 다만 한암스님을 부처님처럼 떠받들었지.
인물도 잘 나고 대강사고 마음쓰는 것이 원만하고 풍부했지. 모두가 존경을 했지.

박희승/ 요즘 이종욱스님을 친일파로 평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용명스님/ 그때는 그런 소리 없었고 해방되고 나서 그런 소리가 나왔어.
만주에서 독립운동 하다가(* 상해임시정부와 관련된 활동을 지칭하는것 같다. 이종욱의 항일운동에 관해서는 박희승.[지암 이종욱연구].동국대 불교대학원 석사학위 논문.pp4~44를 참조할수 있다.) 형무소에 갇혀 있다가 자술서 쓰고 일본경찰이 의심 안하도록 했지.

박희승/ 금강산 가셨다가 유랑을 하시다가 오대산에는 언제 또 가셨습니까?

용명스님/ 그 이듬해 서울에 나와 가지고 그해 삼동은 진진응스님 계시던 화엄사에서 지냈어.
탑전 선방에 김수일이라고 한암스님 시봉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선방에서 오라고 해서 거기 있었지.
그리고 봄에 한암스님한테 갔지. 그해 가을에 많은 사람에게 불법을 전하기 위해선 경을 봐야 될것 같아서 한암스님 맏상좌 오해연스님이 강사로 있는 통도사로 갔지.
거기서 무진년(* 1928년)에 가서 1930년 봄에 이력을 마쳤지.

박희승/ 기록을 보니 스님께서는 그때 한암스님 법답으로 학비를 대셨다고 하던데요?

용명스님/ 석담스님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그 스님이 언양에 있는 벼 스무 섬 받는 논 12마지기 땅을 한암스님께 법답으로 준거야.
한암스님이 몸이 아팠으니까. 한암스님은 그 논을 받아 가지고 오해연스님한테 편지를 써서 성관(* 용명스님의 법명)이가 가니까 돈을 대줘라해서 오해연스님이 내 양말값까지 대줬지.
내가 강원을 끝마치고 1930년 봄에 통도사 앞에 학원설립허가를 얻어 통도중학교를 만들었어.
그때 통도사 학인이 58명이 있었는데 그 학교에서 나도 거기서 일본어도 배우고 숫자도 배웠어.
불교는 나하고 오해연스님이 가르치고. 석달 동안 배우고 가르치고 있다보니 거기서 가만히 있을수가 없더라고.
더 큰일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지. 오대산 적멸보궁 가서 기도를 해서 신통을 얻으려고 마음을 먹었어.
그래서 기도하는데 뒤를 봐주겠다는 신도를 만나러 여수에 가서 거기서 배를 타고 가기로 했어.
그런데 우연히 배 안에서 유행정이라는 사람을 만났어. 그 사람이 사회운동하는 사람인데 만주에 가는데 노잣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노잣돈을 얻으려고 울진에 가서 배에서 내려 불영사에 갔어.
그 절은 월정사하고 인연이 있는 절이었지.(* 일제시대까지 불영사는 대본산 월정사의 말사였다.)
그런데 그 때 그 절은 이보하라고 하는 이가 주지인데 무식한 사람이고 이문선이라는 상좌가 사무를 보고 있었는데 돈을 받아 가지고 우리한테 안주고 지 맘대로 해버린거야.
내가 화가 나서 주지 서리를 해임을 시켜버리고 내가 주지 서리를 한다고 월정사에 보고하러 가려고 한거야.
그런데 그 이문선이가 울진에 반일 운동하는 이들이 절에 와서 돈을 뜯으려 한다고 고발을 해버렸지.
그래서 경찰이 세명이나 차를 타고 와서 나를 찾았어. 나를 줄로 묶어서 경찰서에 데리고 갔지.
유행정이는 도망가버리고.
경찰서에서 심문을 받는데 사정없이 막 때리더라고. 그렇게 맞고 있으려니 내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으면 내가 죽고 말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옆에 고문도구로 송곳 같은 것을 늘어놓고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순식간에 집어서 나를 심문하던 자의 목을 찔렀지.
그자가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지니까 형사들이 와 가지고 나를 더 두드려 패더군.
정신을 잃고 한 일주일 뒤에 깨보니까 한 비구니가 나를 치료하고 있더군.
그리고 나서 춘천 지방법원 강릉지청으로 갔어. 검사가 심문을 하고 나를 독방에 몇 개월 동안 가둬놨지.
그러다 내가 틈을 봐서 어떤 사람한테 오대산 월정사 이종욱스님한테 면회를 오도록 연락을 부탁했어.
그래서 이종욱씨가 나를 면회 오게 되었지. 나는 이종욱씨에게 한암스님과 상의해서 나를 빼달라고 했어.
그때 이종욱씨는 강원도에서 알아주는 인물이었고 한암스님은 생불이라고 칭송받던 분이었잖아.
그래서 결국은 6개월만에 기소유예로 나오게 되었어. 오대산에 가서 한암스님을 찾아뵈니까 스님이 나를 보더니 혀를 끌끌 차면서 저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하시는 거야. 그러고는
이제 마음대로 다니다가 맥이 빠지면 돌아오라고 하시더군.
그래서 길을 떠나가게 되어서 간 것이 문경 대승사야. 용성스님이 화엄산림을 하고 계셨거든.
거기 가니까 전관응이 중이 되어서 글을 배우고 있더구만. 정금오, 박금봉, 이백우, 정영신, 윤고암 등이 있었는데 거기서 삼동을 잘 나고 백전면 화과원(*화과원(華果院)은 용성스님이 1927년부터 함양 백운산에서 산림과 황무지를 개간하여 선농불교 운동을 펼쳤던 곳이다.)
으로 가게 된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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