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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심리상태에 의하여 고락(苦樂)의 경험은 크게변화하여 간다. 변화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사람의 심리상태를 조사해 보면 필경엔 마음에 의지한 것이요 번뇌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마음의 본질적인 의욕에 의하여 갖가지 망상이 일어나고 그 망동(妄動)에 의해서 온갖 인생경험이 나타나게 됨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혹업고(惑業苦)인데. 불교의 인연설은 이것을 토대로 설립된 것이다. 이 혹업고에 대하여 설명하기로 하자.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들의 마음이나 생명의 본질은 한마듸로 말해서 애욕(愛慾)이다. 이것을 불교술어로 갈애(渴愛)라고 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욕만이다.

이것을 유애(有愛)라고 한다.

이 유애가 움직여서 외계(外界)에 대하여 여러가지 욕망으로 나타난다. 이 욕망을 실현에 옮기면. 그것을 업(業) 즉 행위라고 부르게 된다. 이 업이 움직이는 것을 신업(身業).구업(口業).의업(意業)으로 나누는데 그 어떤 업이 발동할 때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성격상의 작용으로 나타난다. 예컨데 어떤 색체의 값진 물건을 보았을적에 가지고자 하는 등이 그것이다. 이 욕망은 우리인간의 생존욕의 하나로 나타나는 것이며.마음에 드는 상대를 보면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의지(意志)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이미 소유한 사람에 대해서는 질투로 바뀐다. 이것을 의업(意業)이라고 하는데.이 의지(意志)가 입이나 몸의 기관을 통해 표면에 나타나면 구업(口業)과 신업(身業)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런데 이 신구업(身口業)의 삼업(三業)은 어떤 것이 발동하든지 한번 움직인 이상 그 흔적이 얼른 소멸되지 않는다.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이 자기의 마음속에 그림자를 남기고 가기 때문이다. 어떤 좋지 못한 일을 할 때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다른 사람이 알고 내가 알고 있어서 꺼림칙하게 여기는 것은 그 행위가 결코 소멸되지 않는 것을 표시한 것이다.

하늘도 알지 못하고.

땅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도 알지 못할지라도 

본인인 나는 알고 있으니 이러한 행위가 반듯이 사람의 성격상에 음영(陰影)을 주는 것이다. 이 음영을 불교에서는 무표업(無表業)이라고 한다. 모든 인간은 출생할 때에 가지고온 본연(本然)의 성격 위에 이 무표업(無表業)이라는 색채가 가(加)해져 있는 것이다 이 무표업은 우리가 죽은 뒤라도 무수히 첨가되게 마련이고. 때문에 인생은 자기가 지은 입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음영이 쌓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자기의 업에 의하여 자기의 성격을 만들고. 그 성격은 그에 상응(相應)하는 고락(苦樂)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도둑질을 하였다든가?

살인을 하였다든가 하는 업에 의하여 어떠한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아무것도 아닌 사건에 대해서 공포감을 느끼고 강박감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우리들의 고락경험은 우리들 스스로의 업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이것이 곧 혹업고에 대한 인연설이다. 이에 대해 다짐하여 둘 것은. 업(業)중에서도 

[ 부처님께서는 특히 의업(意業)을 중요시 했다는 것이다. 죽이려고 생각 하였어도 미쳐 죽이지 못한 것은 법률상으로는 죄가 되지 않지만. 우리의 성격상에는 비상한 영향을 일으킨다. 그러나 죽이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어지만 어쩌다 과실로 죽게한 것은 법률상으로는 죄가 되지만 성격상으로는 위와 같은 공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윤리학상(倫理學上)으로 볼 것 같으면 결과에 중점을 두지않고 동기(動機)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불교는 이러한 점이 다른 종교와 다르다. 예를 들면.

석가세존 당시에 같이 널리 퍼진 자이나교가 있었는데 그 교에서는 업(業)을 말하지 않고 벌(罰)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생각은 신 벌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중대하게 보지 않고 사실이 나타나서 신벌(身罰)을 받게 된 것을 중대한 것으로 보아 왔다. 자이나교에서는 상식적 법률적 외적 결과를 중시했고.

불교는 정신적 종교적 내적 동기론적 가르침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석가세존은 결과적으로 고찰하지 않고 동기론적으로만 주장 하셨는가하면. 또한 업론(業론)에 중점을 도신 것이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무표업(無表業)의 훈습(熏習)과 성격의 경험이 우리의 행위에 의하여 자기의 성격을 만들고 또 각자의 세계를 만들고 있는 까닭이다.

부처님께서 결과보다도 동기를 중시 하는것에 대하여 한두가지 더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일정에 보면. 어느 스님이 신자집에 초대를 받았다. 스님이 안방으로 들어 가다가 방문앞에 어린젖먹이를 포대기로 덮어놓은 것을 모르고 잘못 밟아 죽이고 말았다. 이 스님도 과실로 그 어린아이를 죽게 한것이 두려웠거니와 다른 스님들이 승려의신분으로 살생을 하였으니 어찌 저 비구와 같이 살수 있겠느냐고 부처님께 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살인한 비구(比丘)를 불러.

["네가 고의로 그 유아를 밟아 죽였느냐 "하니 전혀 모르고 밟았다가 그런 죄를 저질렀느냐"]하고 물으셨다. 그 비구는 "소승이 어찌 수계자(受戒者)로서 사람인 줄 알고서야 밟았겠읍니까? 전혀 모르고 밟았다가 그만 이와같은 살인죄를 범하였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너는 죽일생각을 가지고 고의로 죽이지 않았으니 죄가 될수 없나니라] 하고 용서 하셨다.

또 미증유경(未曾有經)에 보면.기타태자(祇陀太子)가 부처님께 말하기를.

"먼저 오계(五戒)를 받았사오나  주계(酒戒)를 갖기가 심히 어렵사옵기로. 이제 계를 버리고 십선계(十善戒)나 받아서 봉지 할까 하옵니다"

[네가 음주(飮酒)를 할때 무순 허물이 있느냐?]

"나라에 호족(豪族)이 가끔 모이므로 그들을 접대하기 위해 술을 나누어 마시며 줄겼을뿐. 음주중에는 주과(酒過)를 생각하였기 때문에 다른 악행(惡行)은 저지르는 일이 없읍니다" 하자

[ 너와같이 술을 마신다면 종신토록 음주한들 무순 허물이 있겠느냐 ]하시고 오계(五戒)를 버리지 말라고 하셨읍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얼마나 동기론(動機論)을 중요시 하셨으며 신범(身犯)보다 심범(心犯)을 중대시 하시었는가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