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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생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문제는 우리의 기대가 사실과 모순될 때 비로서 느끼게 되는 것이거니와. 이 둘의 모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 모순되는 원인을 해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인생을 개조하려는 것이 불교다. 이것이 다른 종교가 신(神)에 의존하여 인생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특이하게 다른 독특한 경지라고 하겠다. 

여기 고덕(古德)스님네가 신라에 대해 난문제(難問題)를 해결해준 몇가지의 신기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

일본불교 임제종(臨濟宗)에 일휴대사(一休大師)라는 이가 덕천시대(德川時代)에 있었다. 이때 어떤 도시에 큰포목상을 벌이고 장사하는 부자장자(富者長者)가 한사람 있었는데. 그에게는 외동딸이 있었다. 그녀는 스무살 미만의 처녀로서 우연히 질병에 걸렸는데.3년이나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앓고 있었다. 그녀의 부모가 백만장자니만큼 병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고 나중에는 무당을불러서 푸닥거리를 하고 여러곳에 있는 신사(神社)에 가서 빌기도 하고. 또 절에서 치성(致誠)을 하고 기원을 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음식을 도무지 먹지 않고 마른 나뭇가지처럼 말로만 가고 부모를 달달 볶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는 그 딸을 살릴정성밖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어떻게 하든지 살아나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을 볼 때면 간장이 끊어지는것 같이 쓰리고 아팠다.

그런데 어느날 그 부자의 친구되는 사람이 와서 말 하기를. 지금 대덕사(大德寺)라는 절에있는 "일휴대사(一休大師)가 "견성도통(見性道通)을 하여 신통과 법력이 부처님과 다름없는 분이라고 하니 그 스님을 청하여 독경(讀經)을 하던지 기도(祈禱)를 시켜 보라고 하였다.

부자는 행여나 하는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그 스님이 계신 선실(禪室)을 찾아갔다.

"큰스님의 뵈러 온 것은 다름 아니라. 소생의 딸이 병이 들어 3년이나 누워 있는데. 국내의 명의(名醫)를 다 찾아 약을 써 보고. 무녀.복술가를 불러 푸닥거리도 하고. 여러 신사(神社)에 가서 기도도 하고. 또 절에 가서 치성도 올렸건만 차도가 없읍니다. 마지막으로 큰스님의 도력과 법력(法力)이 장하시다는 말을 듣고 큰스님의 수고를 빌릴까 하오니 대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요. 병이 낫기만 하면 소인이 그 은혜를 갚고자 공양미 삼백석을 올리고 돈도 10만냥을 올릴까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선사(禪師)는.

[ 그것 참 정성이 가엾구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중이지만 내가 잘하나 못하나 한번 가 볼 것이니 나의 소청을 들어 주시오 ] 하니. "무순 소청이십니까?" 하자.

[ 거사가 지금 말하기를 공양미 삼백석에 돈 10만냥을 주겠다고 하지 아니 하였오? ] 이 절이 지금퇴락하여 그만한 재력이 있어야 중건보수를 하겠는데. 산승(山僧)이 무순 재물이 있어야지요. 그러니 내가 가기전에 그 준다는 것을 먼저 가져다 주시요 ] 하니.

그야 스님이 오셨다가 가신뒤에 보내 드려도 좋지 않습니까? 그렇게 급하십니까?"

[ 안될 말씀. 세상사람들이 다 대변을 보러 갈 때는 급한 걸음으로 가지만 끝나고 나면 늘어지게 마련이요. 내가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고 쓰러져 가는 절을 복구하려는 것인데. 내가 만약 갔다 온 뒤에 그대가 주지 않으면 나의꿈이 무너지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지 않겠소?. 나는 선승(禪僧)이라 뻣뻣하기 짝이 없어서 아무 신자에게나 허리를 굽혀 구차한 소리를 하기가 싫어 절을 손보지 않았는데. 거사가 마침 잘 오셨으니 약속을 선행(先行)하도록 하시오 ]

"그렇게 하면 제딸의 병을 꼭 낫게하여 주시겠읍니까?"

[ 그야 가 봐야 알 일이지. 내가 점장이가 아닌 이상 어찌 먼저 말을 하겠소. 나는 꼭 가보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 싫거든 그만 가시구려.] 하자.

"죄송 합니다.용서해 주십시요. 곧 내려가 분부대로 거행하겠읍니다." 부자는 이렇게 말하고 내려가 곧 공양미 삼백석과 돈 십만냥을 싣고 대덕사(大德寺)로 올라 왔다. 이를 본 선사(선師)는 미소를 짓고 그 부자의 집으로 갔다. 부자의 집에서는 부처님을 대하듯이 극진히 병실로 모시었다.선사(禪師)는 병자를 들여다 보더니.

[ 아가야 곱게 죽어라. 너의 부모가 3년동안이나 유명한 의사를 불러서 약을 쓰고. 무녀를 불러서 푸닥거리도 하고. 유명한 신라에 가서 기도도 올리고 훌륭한 스님을 청하여 독경도 하였다 는데 이제 의사도 아니고.무당도 아니요.신도 아닌 내가 어떻게 네병을 고쳐 주겠느냐? 나는 네 임종(臨終)을 보려고 온 것이니  곱고 깨끗하고 조용하게 죽거라. 네가 병사(病邪)로 부모를 들볶아 죄를 많이 지었으니 모든죄를 이 자리에서 참회하고 아무 야속한 한(恨)을 남기지 말아라 그리하면 너의영혼을 내가 극락세계로 이끌어 보내 줄 것이다.그렇지만 네가 무순복으로 내앞에서 죽겠느냐? 내가 나간 뒤라도 좋으니까 곱게만 죽어라.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일생일사(一生一死)를 면할 수 없는 것이니 한번 죽지. 두번 죽겠느냐? 감나무 에서는 선 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지는 것이니. 인생이라고 어찌 늙어서만 죽으라는 법이 있겠느냐? 생사왕래(生死往來)가 천리(天理)인 것이니 두려워 하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너희 부모가 공양미 삼백석과 돈 십만냥을 우리절에 시주하여 무너져 가는 절을 중건하게 되었으니 너는 죽더라도 큰공덕을 짓는 것이다. 우리절에는 참선납자(參禪衲子)가 백여명이나 되니 한두사람의 도승이 나지 않겠느냐? 그러면 네가 죽더라도 큰 복을 지은 것이니 아무 미련을 남기지 말고 곱게곱게 죽어라. ] 하더니 일주향(一柱香)을 피워 놓고 "이미 왔던 길이니까 반야심경(般若心經)이나 한번 읽고 가지." 하며 무어라고 들리지 않는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 나는 바빠서 가니 그리 아시요] 하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람같이 가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부모는 이 광경을 보고 기가 막혀서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 말도 못하였다.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도 같고. 불시에 불한당에게 도둑을 맞은 것과도 같았다. 처녀도 선사(禪師)의 법문을 듣더니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눈물을 흘리고 돌아눕고 만다. 그녀의 부모는 이것을 보고 더욱 안타까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녀가 하룻밤을 지나더니 미움과 죽을 먹고 3일이 지나서 밥을 먹고 1주일이 지나서는 병이 완쾌되었다.

이것은 그 처녀가 죽지 않고 살아나려고만 속을 태우고 기를 쓰다가. 모든것을 체념하고 지금 죽어도 좋다는 마음을 갖고 안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살아난 것이니. 사실과 기대가 어긋나는 것을 심리적으로 해결한 실례이다. 즉.이것은 인간무상의 종교미(宗敎味)도 있지만 인생을 바로본 생활철학의 진리도 갖추어 있다고 하겠다.